연기자 겸업 가수들의 명암

만능시대 홍보효과 극대화
연기 검증안돼 비판받기도

 

영역을 넘어선 가수들의 연기자 겸업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보편화 됐다.

몇 해전만 해도 가수로서 입지를 다진 후에 그 인지도를 이용해 드라마나 영화에 진출하는 전략이 주효했지만, 요즘에는 아예 데뷔 단계에서부터 연기 활동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가요계 불황 속에서 가수들의 ‘살아남기’ 전략임과 동시에 연예계 분위기 역시 단지 노래만 잘하는 가수가 아닌 만능 엔터테이너를 원하는 방향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영상물의 질적 저하를 낳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실제로 가수 출신의 신인 연기자들이 대거 포진한 청춘 시트콤의 경우, 미숙한 연기와 출연진의 잦은 교체로 침체기를 맞이했다. 신인의 등용문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상당수의 가수들이 시트콤의 코믹 연기를 소화하기엔 버거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최근 드라마 ‘봄의 왈츠’ 출연 번복으로 논란을 낳고 있는 성유리도 연기력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박정아와 이효리, 강타 역시, 극중 캐릭터를 잘 녹여내지 못해 드라마와 스타가 겉도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연기자 겸업을 선언한 가수 중 가장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있던 비(정지훈) 조차도 드라마 ‘이 죽일 놈의 사랑’에서는 연기력과 관련해 시청자들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가수들이 무조건 연기에 뛰어든다고 해서 항상 비난을 받는 건 아니다. 가수들의 인기에 편승한 캐스팅 전략에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 이미 해외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구축한 가수들을 기용하면서, 홍보효과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한류의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주요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연기력을 제대로 검증해보지도 않고 주연을 맡기는 것은 시청자를 담보로 한 도박이 아니냐는 의견이 우세한 편이다.

분명 몇몇 가수 겸업 연기자들이 상당한 연기력과 꾸준한 노력으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건 사실이지만, 그들도 연기 도전 초반의 혹독한 평가와 주위의 우려를 극복해야만 했다. 이는 가수 활동 당시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일일연속극의 주연을 맡게 되어 화제가 된 홍경민의 연기에 주목하는 이유다.

스포츠월드 홍동희·이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