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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연애★

TV-스크린 달군 올해의 라이벌들

쿠욱키 2005. 12. 12. 12:41


극중 대결구도야 드라마의 영원한 테마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그 경향이 강했다. 이른바 '투톱' 체제로 간 영화도 많았고, 극중 양강구도에 감초 조연 2명의 기대결까지 재미를 더한 TV드라마도 많았다. 올해 시청자와 관객을 울리고 웃긴 수많은 라이벌. 그들이 벌인 한 장면, 한 토막의 풍경을 정리해봤다.

이몽룡 vs 변학도

올해 TV와 스크린을 통틀어 라이벌 구도는 KBS 드라마 '쾌걸 춘향'이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월3일 첫방송한 이 드라마에서 이몽룡과 변학도가 그 유구한 역사만큼이나 화려한 대결을 펼친 것. 춘향(한채영)을 놓고 벌인 이몽룡(재희)과 변학도(엄태웅)의 라이벌 구도는 급기야 한 인터넷 포털에서 설문조사까지 벌이게 만들었다.

신세대풍의 감각적인 편집이 돋보인 이 드라마는 두 배우의 대조적인 패션감각과 함께 특히 '고전 비틀기'로 눈길을 끌었다. 춘향의 마음은 몰라준 채 좌충우돌한 이몽룡과, 초반 매너있고 예의 바른 기획사 사장으로 나온 변학도가 그것. 그러나 변학도는 중반 이후 이몽룡을 성추행범으로 몰아버리는 등 완벽한 냉혈한으로 변신, '제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강철중 vs 한상우

영화쪽에서 라이벌 구도를 꼽으라면 강철중과 한상우를 첫 손에 꼽아야 한다. 1월말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공공의 적2'에서 못말리는 검사 강철중(설경구)은 학원재단 이사장 한상우(정준호)를 감옥에 집어넣으려고 온갖 애를 썼다. 더욱이 강철중과 한상우는 고교 동기동창.

전편에 이어 '공공의 적' 때려잡기에 나선 설경구이지만, 관객이 체감할 수 있는 공공의 적에 대한 분노는 형사 시절의 전편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게 중평. 하지만 한상우가 강철중에게 한 "태생이 천하면 목숨 귀한 줄 알아야지"라든가, 이에 대한 강철중의 "그래! 난 태생이 천해서 월드컵 4강 올라간 날 빤스 입고 광화문 뛰었다" 등의 설전은 볼만했다.

강태식 vs 유상환

두 연기 잘 하는 배우가 한 자리에 모여 폭발력을 더한 영화 '주먹이 운다'(감독 류승완)도 올해를 대표할 라이벌 영화. 다른 점이 있다면 43세의 노장 복서 강태식(최민식)과 20세의 소년원 출신 복서 유상환(류승범)이 같은 장면에 나온 것은 막판 신인왕전에 불과하다는 사실. 한마디로 두 배우는 '원 신 원 톱'이었던 셈이다.

최민식은 전작 '꽃피는 봄이 오면'의 덜 화려한 주목 때문인지 이 작품에 혼신을 다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극중 거친 피부만큼이나 초췌한 삶에 대한 한은 막다른 골목의 청춘이 뿜어내는 라이벌 류승범의 패기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이 영화 보면

서 손수건 적신 관객도 많았으리라.

서변 vs 윤변

마니아를 만들어낸 MBC 드라마 '변호사들'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막판 가서 초반의 선악대결이 오해였음이 밝혀졌지만, 한 여인(정혜영)과 사고수사를 둘러싼 '서변' 서정호 변호사(김상경)와 '윤변' 윤석기 변호사(김성수)의 한치 양보없는 대결은 뜨겁기만 했다.

두 주연배우에 대한 칭찬도 쏟아졌다. '서변' 김상경은 특유의 짧게 끊어치는 말투로 "나, 싸움 좋아해. 사실 변호사가 싸움 대신 해주는 사람들 아냐?"라며 전투의욕을 불태웠고, 어딘지 모르게 슬픈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듯한 '윤변' 김성수는 이 드라마를 통해 '배우의 재발견'이라는 최고의 네티즌 평가를 받았다.

남순 vs 슬픈눈

비록 흥행에서는 좋은 성적을 못거뒀지만 이명세 감독의 '형사 Duelist'는 남순(하지원)과 슬픈눈(강동원)의 숨막히는 칼싸움으로 스크린을 압도하기에 차고도 넘쳤다. 미장센에 올인한 이명세 감독이 이야기에 조금만 친절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

어쨌든 토론토국제영화제 등 외국 유수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형사'에서 자객 강동원과 조선 형사 하지원, 두 톱스타의 존재감과 막판 클로즈업된 보름달을 배경으로 한 두 배우의 칼싸움 액션신에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또한 그늘 진 돌담길에서 춤추듯 벌인 남순과 슬픈눈의 칼부림 신은 오래도록 뇌리에 남을만한 명장면이다.

문어 vs 쭈꾸미

두 주연배우 손현주와 최진실의 눈물로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든 '장밋빛인생'이지만, 두 중견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기대결도 만만찮은 호응을 얻었다. 반성문(손현주)의 생모인 끝순이(나문희)와 '작은 어머니' 미스봉(김지영)이 바로 그들.

거의 일방적인 미스봉의 침입에 안방을 같이 쓰게 된 두 어머니의 대결이 재미를 모았다. 미스봉을 향해 "내는 문어고, 니는 쭈꾸미인기라"라고 하대하는 끝순이와, "형님, 그래도 맛은 쭈꾸미가 더 있다니께요"라고 지지않은 미스봉의 코믹 대결은 무겁기만 한 이 드라마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한씨네 국수 vs 일호 식품

요즘 최고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KBS 주말드라마 '슬픔이여 안녕'은 도식적이기는 하지만 좋은 사람 '한씨네 국수'와 나쁜 사람 '일호 식품'의 대결로 압축될 수 있다. 일호식품을 대표하는 박일호(한진희)와 한씨네 국수를 대표하는 한성재(강남길) 한정우(김동완)의 갈등은 시청률 고공행진의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두 집안의 싸움은 거의 일호식품의 일방적 공격이었다. 성재가 운영하던 공장을 빼앗은 일호식품이 재기에 안간힘을 쓰던 일호네국수 포장마차를 깨부수는 등 시종일관 악행을 일삼아 왔던 것. 하지만 사필귀정이라고, 결국 일호는 11일 방송에서 수술을 받고 실어증에 걸렸다.
<사진설명=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변호사들' '장밋빛인생' '주먹이 운다' '형사 Due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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