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애★

윤정희 "가을 타던 자경이에게도 웃음꽃"

쿠욱키 2005. 12. 12. 09:53

배우 윤정희가 요새 SBS 주말극장 '하늘이시여'(극본 임성한ㆍ연출 이영희)의 극중 캐릭터 이자경에게 푹 빠져있다. 가을 내내 눈물샘이 마를 새가 없었던 윤정희는 요즘 자경과 왕모(이태곤 분)의 사랑이 싹트고 친모인 줄 모른 채 영선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면서 웃음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극중 핏덩이 아기일 때 친모와 생이별을 한 뒤 계모에게 차별을 받으며 자란 자경 역을 맡은 윤정희는 힘든 세상살이에 지치고 친모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쳐 남몰래 눈물을 쏟는 연기를 해왔다. 이에 시청자들은 계모인 배득에게는 공분을, 자경에게는 진한 연민을 표시한다.

"성격이 이렇게까지 차분하지는 않았는데 요즘 너무 우울해요. 안 그래도 가을을 심하게 타거든요. 자경 캐릭터를 위해서는 감정 몰입을 하기에 도움이 되지만 저로서는 너무 슬픈 생각에 빠져야 하니까 힘들어요. 원래는 웃고 까불고 그러는데 어느새 자신이 바뀌어서, 가만히 있어도 우울해 보인대요"

가을을 심하게 타는 윤정희에게 '하늘이시여'라는 간절한 느낌의 제목처럼 애달픈 자경 캐릭터는 꼭 맞는 배역이었던 듯, 슬픈 연기를 할 때는 누가 뭐라 할 새도 없이 눈물이 줄줄 흐른다. 때문에 올해 가을은 윤정희에게 더욱 슬프고 힘들었다.

"슬아나 예리는 발랄한 역인데 저는 캐릭터상 감정신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웃고 놀다 촬영하기는 힘들어요. 특히 우는 장면 있으면 더 심각해요. 매 신마다 중요하지만 특히 감정을 집중해서 몰입해야 되니까, 연기를 하고 나면 머리가 너무 아픈 거에요. 그래서 세트에 있을 때도 혼자 조용히 있는 시간이 많아요. 이젠 친구들 만나서 얘기를 해도 잘 안 웃어요"

60부작 주말 드라마를 촬영하는 6개월여 동안 지금의 감정 상태는 계속 유지될 지 모른다. 이제 갓 데뷔한 신인 윤정희에게는 버거운 과정이었지만, 벌써 절반을 지나왔다.

"집에서는 엄마 얼굴 잠깐 보고 잠만 자요. 하루 쉬는 날에는 그동안 못했던 일들을 해야 되고, 그러니 만나는 사람들은 드라마 스태프와 매니저 정도에요. 6개월 동안 단절된 생활은 겁나지 않는데, 연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요. 대신 자경이 쉬운 역할이 아니라고 선생님들이 위로해 주고 나아지고 있다고 말씀해 주실 때마다 힘이 생겨요."



이제 드라마가 절반을 지나면서 자경은 한껏 매력을 더하고 있다. 극중 두 매력남 조연우(김청하)와 이태곤(구왕모)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윤정희는 고독하면서도 따뜻한 이미지로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그러나 윤정희에게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이제 막 연기에 첫 발을 내디딘 만큼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발음이 부자연스럽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은 연필을 물고 잠이 들만큼의 노력으로 상쇄하고 있지만, 수줍고 예민한 성격 또한 좀체 고쳐지지 않아 고민이다.

"요즘엔 일정이 빠듯해 그것도 못하지만 발음 연습을 계속하고 있어요. 연기보다 우선 발음이 유심히 들리니까, 지금도 가끔 나무젓가락 물고 연습하다가 저도 모르게 잠들어요. 사람들이 나를 지켜본다는 부담이 있어요. 잘해야 되겠다 생각하면 오히려 경직되고 머리 속이 하얘져요. 약간 무대공포증이 있나봐요"

연기에 대한 스트레스로 위염까지 생겼지만, 요즘은 차츰 밝아지는 극중 캐릭터와 함께 윤정희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고 있다. 왈츠와 마술, 샹송 등 다양한 개인기를 선보이기도 하고, 왕모와의 잔잔한 러브스토리로 따뜻한 겨울을 보낼 예정이다.

"촬영 위해서 왈츠 배우다 보니 발레도 배우고 싶고, 판소리랑 일어도 더 배우고 싶어요. 악기를 다룰 줄 몰라서 이번 기회에 피아노도 배우고 싶구요. 드라마 끝나면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첫 키스신이요? 두 번 만에 끝냈어요(웃음)"